범법자 감싸는 조선일보

그동안 개인적으로 바쁜 일도 있고 해서 나는 나의 '시비걸기용' 독서였던 '조선일보 읽기'를

한동안 그만두었었다. 그러나, 오늘자 조선일보('99. 2. 2)를 읽고 나서 머리에 스팀 도는 것을

도저히 억제할 수가 없어서 영어사전을 덮고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아마, 이 스팀 열

땜에 당분간 이 '짓'을 계속할지도 모르겠다)

정신 못차리는 '범법자', 같이 정신나간 '조선일보'

법조비리 관련자 : "나 법조비리 한 거 맞아?"

조선일보 : "비리는 무슨 비리, 그냥 지나가다 돌에 한대 맞은 걸로 생각해."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기준'

긴 말 할것 없이 오늘자 조선일보의 '대전 법조비리'관련 보도는 위의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먼저

조선일보가 어제 있었던 검찰 발표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한번 살펴보자.

"대검 스스로 밝혔듯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2면)

"하지만 대법원은 검찰처럼 '무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4면)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검찰이 비리대상 검사들의 처벌에 대해 50만원 이하의 떡값을 받은 것은

'단순경고조치', 50만원∼100만원은 '징계 청구', 2백만원∼6백만원의 떡값은 '사표제출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걸 가지고 조선일보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기준'이라고 빡빡

우겨대고(이러고도 또 뒤에선 떡값 없애잔다. 이게 조선일보다), 검찰의 수사가 '무리'한 수사랜다.

또, 검찰총장이라는 작자는 이 결과를 놓고 '국민'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쇼'를 저지른 것이다.

우와∼ '가혹'하댄다. 아니, '가혹'한 정도가 아니라 '무리'한 정도란다. 만약에(그럴리 전혀

없었겠지만) '구속'이라도 시켰으면 '넘 한다'고 조선일보 기자들 모두 검찰청사 앞에 모여

데모라도 했을 판이다. 이야∼ '엄격'하댄다. 몇백만원 받아먹은 사람들을 구속은커녕 그냥 "사표만

쓰셔요." 하는게 '엄격'하댄다. 바라건대, 앞으로 조선일보는 계속 이 '가혹한' 논지를 유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정해 '공정보도'하길 바란다. 즉, 보도에 있어서 몇백만원 받아드신 정치인,

공직자는 '구속'하라는 기사 대신 '사표 제출하라'고 '점잖게' 써주고, '고작' '몇십만원'

얻어먹으신 분들에 대해서는 알아서 '경고조치'하길 바란다. 왜. 여태까지 그래왔잖아. 그게 '원래'

조선일보 아냐?

결국 조선일보는 이번 발표를 규정함에 있어서 시민단체들의 거센 항의와는 정반대로 '가혹할

정도의 엄격한 기준'을 통해 '공정한'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정말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정도가.

"그래. 너는 범죄자가 아니야."

이러한 조선일보의 '공정한' 보도는 뒤이어 '범법자'들의 '투정'과 '하소연'(?), 그리고 조선일보의

'범법자 감싸기'로 일관한다. 흥분한 내가 주절주절 대는 것보다 다음의 보도내용들을 직접 보고

판단하시라. 자, 과연 천벌을 받을 범죄자들과 또 이들을 옹호하는 조선일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동기 가운데 줄곧 선두를 달리다 중도하차한 윤동민 법무부 보호국장은 심정을 묻자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자'며 일체의 감정 표현을 삼갔다."(3면)

"이날 오전까지도 자신이 연루된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일부 판사들의 경우, 차마 옆에서

지켜보기 어려울 정도로 낙담한 모습이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3면)

"대법원은 이날 오전 양실장 연루 사실이 공개되자 안타까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4면)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판사가 주로 명절 떡값 등 명목으로 50만∼200만원의 금품을

받았고, 대부분 97년 2월 이전의 일이어서 징계시효 2년도 지났다'고 말했다."(4면)

"'백주의 난장에서 뭇 돌매를 맞아 송장이 되고 거적에 덮여 새끼줄에 매여 끌려나가고 있음을

봅니다. 땅을 치고 통곡하고 싶습니다.'<최병국 전주지검장이 1일 퇴임사에서>"(4면)

"'벚꽃처럼 사라지렵니다.'<동기중 줄곧 선두를 달리다 중도하차한 윤동민 법무부 보호국장이

퇴임심정을 묻자>"(4면)

"'검사 목숨이 파리 목숨입니다'<사표 낸 검사들이 장탄식하며>"(4면)

"'검사들이 손이 떨려 제대로 쓰지 못할까봐 미리 사직서 양식을 만들어 서명만 하도록 했다.

사직서 쓰는 심정을 여러분들은 모를 것이다.'<김승규 감찰부장이 검사들의 사표를 받는 심정을

밝히다 울먹이며>"(4면)

여기서 잠깐, 이것만 나열해도 숨이 막혀 헥헥거릴 지경인데, 26면을 펼치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건 범법자들 소개가 아니라 무슨 '열사'라도 돌아가셨을때 고인을 기리며 쓰는 낭독문 같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먼저 헤드라인부터 소개해 드립니다.

<주의사항(Warning) : 천천히 읽으십시오>

<"사법부 지킬 버팀목인데..."/동정산 양삼승 판사/일선법관들 "이변호사의 선배... 유탄

맞은듯">(26면, 양삼승 판사 관련 기사)

<"애들 과외 한번 못시켰는데..."/사표 최병국 지검장/"중병걸린 맹수는 제살 물어"가시돋친

퇴임사>(26면, 최병국 지검장 관련 기사)

히야∼ 정말 장관이다. 장관.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인데", "∼했는데"는 떳떳치 못한 행동을

저지른 자들이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기 위해 주로 쓰는 말이다. 아주 닮았다. 닮았어. 떡값

얻어먹은 검사나, 맛간 기자들이나.

이 나라 현실이 바로 이거다. 이 나라의 '사법부를 지킨다는 버팀목'이 변호사에게 떡값이나

받아먹는 이 현실이 이 나라 법조계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범죄자를 '사법부를 지키는

버팀목'으로 '떠받드'는 조선일보 같은 언론이 바로 이 나라 언론의 현실이다. 그 '불쌍한' 언론이

또 무슨 '헛소리'를 만드는지 한번 계속 구경해보자.

"양삼승 대법원장 비서실장이 대전 법조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소식이 1일 알려지자 일선 판사들은

'법원에 꼭 필요한 인재'라며 안타까워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청렴하기로 이름 높았던 부친

양OO(부친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해 이름은 가린다 - 필자 주) 전 대법관에 이어 대법관

2대가 될 능력있고 강직한 법관'이라며 '이종기 변호사와는 허물없는 고교선후배 사이라 뜻밖에

유탄을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고-서울법대, 사법시험 14회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양실장은 ...인권 개선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한 법조인은 '그는 동료, 특히 선배들로부터 흔들리는 사법부의 버팀목이 될

인물로 아낌을 받아왔다'며 아쉬워했다."

"'온 나라가 과외 열풍에 휩쓸렸을때 세 아이에게 과외 한번 시키지 못했고, 사회가 흥청일때

아내에게 옷가지 하나 사주지 못했습니다.'... 최병국 전 지검장의 퇴임사에는 회한과 분노가 짙게

배어있었다. 그는 '마녀사냥도 마녀사냥이고 여론재판도 재판일진대 그 표적이 됐다는 것만으로

부덕의 소치를 통감한다'며 '떡값이나 받고 향응에 비틀거리는 부도덕한 공직자가 되어 퇴출 대상이

되었다니 억장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하늘이 착한 자를 돕지 않는 것은, 흉악함을 더 기르게

하여 더 큰 형벌을 내리려는 것', '맹수는 병이 깊어지면 제 살을 물어뜯어 그것이 동티되어 죽음에

이른다'며 일선 검사들의 사표로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는 검찰 수뇌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나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신뢰하지 않으며, 이들이 그 중 '선택된' 일부라는 견해에 동의한다.

그러나, 내가 문제삼는 것은 이들의 뻔뻔스러운 행태이다. 스스로를 '착한 자'로 규정하는 정신나간

이들은 자신의 행위를 반성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쉽게 말하자면, '모두들 떡값 받았는데

왜 하필 나냐'는 식이다. 즉, '상대적 비교'에서 판단하면, 자신의 행위는 범죄행위가 될 만한

'조건'이 '부족'하다는 식의 억지다. 이런 몰상식한 언행들은 뇌물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발언들이다. 이른바 '세풍'이 몰아칠 때 한나라당 의원들이 '편파수사'라며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도 같은 이치이다.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조선일보가 이들의 발언에 대해 한번이라도 '뻔뻔스럽다', '뉘우칠 줄

모른다'는 식의 '점잖은' '충고'(?)라도 덧붙였다면, 이처럼 장황하게 이들의 발언을 일일이

공개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민주적, 논리적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원칙이며, 언론이 지켜야할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조선일보는 모든 객관화된 사실(이들의 범법 사실)을

은폐하고, 이들과 '동화'되어 이들의 억울함만을 주장하기에 급급하다. 조선일보가 이들을 비롯한

법조비리에 관련된 범법자들과 이변호사와의 관계로 인해 억울한 법적 피해를 당한 시민들이 있다는

기초적인 상식 정도만 할 수 있었다면, 그리고 그들이 바로 조선일보의 독자일 수 있다는 생각만

했었어도 이런 식의 보도행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조선일보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국민의 신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리관련자들의 주장과는 다른, 시민·노동단체들의 주장은? 캬∼ 알고 보니,

27면 맨 밑줄에 있다. 그것도 독립기사가 아닌 종합기사의 일부분이다. 사건 초기에는 '철저히

수사하여 법에 따라 처벌하라'더니 말도 안되는 수사결과와 이런 용납되지 못할 변명투성이의

기사들은 신문 전체를 줄줄이 흐르고 있는 것과 반면에, '철저재수사, 관련자 전원 사법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하단 구석에 파묻혀 있다.

여태 그래왔듯이 조선일보는 '국민의 신문'이 아닌 '일부의 신문'이며, 그러한 사실은 2월 2일자

오늘의 보도로서 명확해졌다. 이제 우리가 조선일보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인지가

점점 명확해지고 있는 것이다.

< 개인잡글로 돌아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