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 1995년
감독 : 자코 반 도마엘(Jaco Van Dormael)
주연 : 다니엘 오떼이유(Daniel Auteuil), 파스칼 뒤켄(Pascal Duquenne)
아리, 그는 한 회사의 교육강사이다. 그는 탁월하고 자연스러운 언변으로 직장에서도 인정받는
유능한 셀러리맨이다. 그는 교육생들에게 마치 자신이 가진 모든 노하우를 알려주는 듯 들뜬
기분으로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모두 일종의 숙련된 연출일 뿐이다. 그는 매일 아침 7시면 일어나
토스트를 먹고 거울을 보며 자신의 연설 내용을 미리 연습하곤 한다. 파리의 교통은 매일같이
어김없이 혼잡하게 마련이고, 그는 이러한 일상적인 하루일과에 잘 길들여진 사람이다.
일상에 치인 사람은 때론 아주 소중한 것 조차도 잊어버리기 마련. 아리는 딸과 아들을
바래다주기로 했던 약속을 그만 잊고 만다. 약속시간에 늦었음을 확인한 아리는 황급히 기차역으로
달려나가지만 이미 사랑하는 아이들은 떠나고 없음을 확인하고 만다. 이제 아리는 별거중인
아내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아이들에게서도 버림받은 존재가 되고 만다.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된 아리. 그는 아이들로부터 용서를 구하기 위해 휴직계를 내고 잠시간의
여행을 떠난다.
조지, 그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늘 세상에 없는 자신의 어머니를 갈구한다.
그가 좋아하는 가수는 때때로 그의 앞에 나타나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하며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어느 주말, 장애인 시설에 수용되어있던 조지는 말끔히 정장을 차려입고 어머니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는 어머니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어머니를 기다린다. 끝내 그의
어머니가 오지 않자 조지는 자신의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길동무가 되어준 그의 개와 함께.
전혀 다른 길을 향해 가던 이 두 사람의 인생은 아리의 차가 빗길에서 조지를 치어 죽게 함으로서
조우하게 된다. 이 우연한 사고로 아리와 조지는 동행을 하게 되고, 아리는
조지의 개를 치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조지의 개를 묻어주고 조지를 집에
바래다주기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두 사람의 동행은 오래 가지 못한다. 조지는 자신과 함께 할 친구가 생겼다는
즐거움에 예전에 하지 않았던 여러 경험들을 하게 되지만, 이러한 행동은 아리를
곤경에 빠뜨린다.
초코렛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코렛을 먹어대다가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트럭 기사에게 욕지거리를 하며 놀려대는 바람에 아리는 트럭 기사에게 폭행을 당한다. 결국 아리는
조지와 동행하는 것이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느끼고는 조지를 길 한가운데에 버려두고는
줄행랑을 친다. 그러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에 조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리는 결국
다시 조지를 데리러 간다.
우여곡절 끝에 조지의 집에 도착한 두 사람. 그러나, 그 그림속의 집에는 낯선 아랍 사람이 살고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이미 죽고 없음을 그제야 깨달은 조지. 이번엔 그의 누나를 찾아가지만
조지의 누나는 자신의 생활을 위해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를 돌려보낸다.
이제 더이상 자신을 돌봐줄 가족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조지, 하지만 다시 수용시설로 돌아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조지는 사회로 편입하는 길 외에는 자신이 갈 길이 없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이 사회는 조지라는 한 다운증후군 환자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가. 조지는 자신이 갖고 싶던
구두를 사기 위해 구두가게를 들어가지만 그가 다운증후군 환자임을 확인한 주인에 의해 냉대를
당한다. 음식점에서 마음에 드는 종업원에게 선물을 전하려하다가 조지의 얼굴을 보고 놀라듯
도망가는 이 종업원에 의해 조지는 또다시 상처를 받는다.
한편, 아리는 조지와 함께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아내의 친정으로 찾아가지만,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장모와 아내의 제지를 받게 된다. 이에 분노한 아리는 집안 물건들을 던져대다가,
집에 돌아온 아이들의 예상밖의 냉대에 순순히 제발로 집을 걸어나온다. 아리의 허탈함을 먼저
이해하고 달래주는 조지...
이제 더이상 기댈 곳을 잃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 완전히 동화되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감정상의
문제일 뿐,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 두 사람이 택한 것은 서로가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헤어지는 길 뿐이었다. 조지는 수용시설로, 아리는 다시 자신의 직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삶의 의욕을 상실한 두사람. 조지는 사랑하는 여자친구마저 떠나버리고, 아리는 더이상
예전과 같은 능숙한 강사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조지에게 일탈의 기회가 찾아온다.
수용시설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전시회를 구경하던 조지는 감시자의 눈을 피해 다른 친구들과 함께
그곳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자동차 판매장에서 버스를 타고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거리로
나선다. 조지는 자신의 여자친구 집에 들러 그녀를 태우고, 아리의 직장으로 간다. 회의에서
연설중이던 아리는 갑자기 나타난 그들을 보고는, 그들과 함께 자신의 일상을 탈출할 것을
결심한다.
이들은 놀이동산으로 가서 회전목마를 타면서 자신들의 생애 마지막이 될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조지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역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섹스를 나눈다. 그리고, 아리는 자신의
집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자신의 딸의 생일을 축하하게 된다. 결국 아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되돌리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 '작은 소란'은 경찰의 진압으로 산산히 깨어지고, 아리와 조지는 그곳으로부터
빠져나온다. 아리는 조지의 괴로움에 진정으로 함께 슬퍼하고 눈물흘린다. 아리는 조지에게 기대어
잠이 들었다가 혼자인채로 깨어나고, 조지가 자신을 떠나갔음을 확인한다.
이제 더이상 자신이 있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조지, 그리고 더이상 아리에게 자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조지는 미련없이 죽음을 택한다. 그는 아리의 직장 옥상에서 그렇게
보고 싶던 어머니를 이제는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우며 자신의 몸을
내던진다.
조지의 죽음을 확인한 아리. 그러나 이제 그는 조지 덕분에 잃었던 아이들을 되찾았다는 감사함으로
그를 떠올린다. 아리는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조지라는 존재를 신이 '제8요일'에 만든 사람으로
생각하며 이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는 크게 네 단계의 플롯(plot)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리와 조지의 각자의 생활이 첫번째
플롯, 두번째는 두 사람의 만남부터 서로의 갈길을 향한 동행의 과정, 그리고 서로의 귀착지를 찾지
못하고 다시 헤어져 일상속으로 향하는 단계까지의 세번째 플롯, 마지막 단계는 두 사람의
일상으로부터의 '위험한' 탈출, 그리고 이후 조지의 죽음으로 귀착된다.
이상의 네 플롯을 거치는 동안 영화에서 비춰지는 중심적인 인물은 물론 조지이다. 조지의 역을
맡은 파스칼 뒤켄의 열정적인 연기력에 대한 보상적 측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도마엘 감독이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이 조지를 통해 표출하고자 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신은 여덟번째 날에 조지를 만들었다. 그는 보기에 좋았더라.'
앞에서 여러번 밝혔던 것처럼, 조지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다운증후군(Down's
Syndrome)은 서양에서는 이른바 '몽골증'(Mongolism :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의 얼굴형이 몽골인과
닮았다는 양키 엘리트들의 몰지각한 인종차별적 사상에 근거한 단어, 지금 당장 자신의 사전으로
'Down's Syndrome'을 찾아보라. 'Mongolism'이라는 동의어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엔 'Mongol'을 찾아보게나. 아예 '몽골'이란 단어에 '몽골증 환자'라는 구절이 들어있을
것이다.)이라고 부른다.(조선인들이여, 남의 일 얘기하듯 웃을 일이 아니다. 지구상에서 당신들과
가장 닮아있다는 족속이 바로 몽골족이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라!)
그러나 조지는 주위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몽골리안'이라며 놀리듯 말하는 것이 바로 자신이 갖고
있는 다운증후군에 대한 놀림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조지는 순진하게도, 그리고 보는
나로서는 너무나 가슴아프게도, 그 사실에 대해 자신이 몽골인의 혈통을 가진 몽골족의 후예라고
인식한다. 어디 그 뿐인가. 조지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드넓은 아시아벌판을 다스리는 몽골족의
통치자가 되는 상상까지도 하며,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조지는 결코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아니, 자신이 지금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조지는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만든 신의 조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한
인간이고,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평범한 한 인간이다. 조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도 모르는,
수용시설에 갇혀있는 갑갑함만을 느낄 뿐,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차이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조지의 자아에 대한 생각은 아리와의 동행이 시작되면서, 사회로의 편입이
시작되면서 점차 변화되어진다.
아리와의 동행 과정에서 조지는 사회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같이 동행하는 친구를 위해서
자신의 욕구를 절제해야 하는 '예의범절'을 배우고, 그렇게도 좋아하는 초코렛을 단 하나라도
먹어서는 안된다는 '금기사항'도 배운다. 그리고 원하는 구두를 사기 위해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액수 이상의 엄청난 돈을 가져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원칙'을 배우고, 자신의 얼굴생김 때문에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선물조차도 건네줄 수 없고, 함께 춤을 출 수도 없다는 '철저한 소외감'을
배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한 결과,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조지'라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 심지어 자신의 누나와도 함께 살 수 없다는 다른 어떤 특성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그래서 조지는 자신이 이 지구 위에서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수용시설에 갖혀 조용히 숨어지내야한다는 비참한 사실까지 인식하게 된다. 그제서야 조지는 이
사회가 정한 자기존재의 인식과정을 터득한다. "나는 정신병자야" 그리고, 조지는 사회와 융화되고
싶어하던 자신의 모든 시도를 포기하고 자기 앞에 놓인 세상의 무게에 떠밀려 건물 아래로 자신의
몸을 내던진다.
여기서 감독의 의도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감독은 조지를 통해, 껍데기 안에서의 정상적 인물이
껍데기를 벗고 나선 후 어떻게 재사회화되는가를 나타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쉽게 말해,
조지라는 인물은 적어도 자신과 같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있던 그 수용시설에서만큼은
병자가 아니었다. 조지는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보통의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는 지극히 정상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조지는 이 곳을 벗어나면서부터 병자로 규정지어진다. 애초에 조지를 '다운증후군 환자',
'몽골증 환자', 직설적으로 말하면 '병신'이라고 이름지었던 것은 조지를 만든 신도 아니요, 조지
자신도 아니다. 자신들이 만든 기준에서 조금의 오차라도 보이는 사람에 대해서 자기들 멋대로
'다운증후군'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게 했던 사람들, 그래서 이들을 자신들의 울타리 밖의 수용시설로
몰아내었던 사람들, 그리하여 그들 중 누구 하나라도 그 곳에서 감히 한발짝이라도 나온다면 폭력과
놀림, 외면 등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제로 철저히 그들을 소외시키는, 하지만 불행하게도
자신들은 이른바 지극히 '정상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정신적 지체아'들에 의해서 조지는 병자가
되었다. 그리고 조지는 타자에 의해 감염된 바로 그 병에 의해서 이 세상을 등지었던 것이다.
'조지'라는 인물을 통한 이 영화의 작가적 시각은 단순히 '장애인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이것은
인종주의 사회 속의 흑인의 문제일 수도 있고, 자본주의 사회 속의 좌파의 문제일 수도 있으며,
성인 사회 속의 청소년의 문제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사회에 의해, 그리고 스스로에 의해 소외된
바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결코 조지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 누군가에 의해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미래의 희망을 잡기
위해 어딘가 쫓겨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다른 길을 가려면,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려면, 정작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주위의 따가운 눈총과 시선뿐, 걱정스러운듯
쳐다보는 이들의 눈에 우리는 벌써 그들의 놀림감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모두 다 하나의
'조지'가 아닌지.
조지는 분명 패배했다. 그는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억압과 편견에 맞서 제대로 한번 싸우지도
못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사실 조지에게는 그들과 맞서 싸울 힘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조지에게 박수를 보낸다. 조지는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였던 아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맞바꾸었다. 그는 아리에게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고, 그에게 아이들을 돌려주었다.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루었기에, 조지는 그렇게 사랑하던 아리 곁을 스스로 떠나갈 수 있었고, 자신의
죽음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지가 아리를 처음 만났을 때, 조지는 아리에게 "아리는 조지의 친구"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지가
아리를 마지막으로 떠날 때, 조지는 아리에게 "조지는 아리를 항상 골치아프게 해"라고 말한다.
결국 이 영화는 위의 조지의 두가지 반전된 말, 그리고 그것이 변하게 된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 흘리게 할만큼 처절한 삶의 기록이다. 혹시, 지금 우리
곁에 또 하나의 '조지'가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그 '조지'는 지금 당신에게, 이 사회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주의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당신이 바로 '조지'일지
모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