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 범죄보도의 '인종적 이중주의'가 백인우월주의를 낳는다.
- 마이칼 무어러(Mikal Muharrar)
"균형이 깨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ABC 뉴스의 테드 코펠(Ted Koppel)은 97년 8월 27일 Nightline
방송의 서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형사기관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흑인들의 숫자가 최근
놀랄만큼 높게 증가하고 있다는 일련의 보도내용에 관한 것이다.(The Sentencing Project의 '흑인
청년들과 형사제도(Young Black Americans and the Criminal Justice System)'(1990, 1995)와
'의도된, 그리고 의도되지 않은 결과 : 감옥에서의 국가적 인종차별(Intended and Unintended
Consequences : State Racial Disparities in Imprisonment)'(1997)을 보라.)
이 보도는 조지워싱턴대학 교수인 폴 버틀러(Paul Butler)의 말로 시작된다. "흑인 청년 세명당
한명이 형사기관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이 말이 끝나고 화면에서 어떤 남자가 말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던 중, 코펠은 다음과 같은 해설기사를 덧붙인다. "만약 그 자료가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면, 그 현실은 불행하게도 범죄자의 수의 균형(흑인과 백인간의 - 역자 주)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군요." 그리고나서 코펠은 되받아치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다면, 형사제도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뜻일까요?" 이어서 코펠은 시청자들에게 그 질문을 되돌린다. "오늘밤 당신은
'흑과 백'의 문제에서 미국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코펠이 이와 같은 수사적인 방식을 취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97년 9월 2일 Nightline
방송에서 그는 시청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이 발표된 중요한 연구결과를 들어보시죠.
그리고 로르샤흐 검사(Rorschach Test : 잉크얼룩과 같은 도형을 해석시켜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검사 - 역자 주)의 분류법을 통해 당신 자신의 반응이 과연 어떠한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
연구결과는 바로 NCIA(National Center on Institutions and Alternatives : 뭐하는 기관인지는 잘
모르겠음 - 역자 주)의 제롬 밀러(Jerome Miller)가 볼티모어의 예를 들어 발표한 것이었다.
"18세부터 35세까지의 흑인 남성중 56%가 구속, 집행유예, 가석방중인 상태거나 수배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코펠은 이 조사결과가 뜻하는 바가 "(a)흑인이 백인에 비해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경향이 많다."이거나 "(b)형사제도가 흑인들에게 불공평하게 치우쳐있다."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리고나서 그는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범죄사건에 대한 이러한 "A아니면 B"식의 보도는 흑인의 범죄가 인종적 선천성에 기인함을
뜻함으로써 흑인에 대한 편견을 암시하는 병렬방식이기 때문에 '인종적 이중주의(Racial
Dualism)'로 표현될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코펠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며, 주류 언론을 통해서
널리 보여지는 현상이다.
이 표현(코펠이 취한 "A or B"식의 표현 - 역자 주)은 사실 모하마두 존스(Moham-adu Jones)의
'진지한 놀림조'의 표현으로 처음 쓰여진 것이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의 '국가감옥연구(National Prison Project)' 대변인인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내가
10개주의 감옥을 전전해왔던 경험에 비추어 당신이 만약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면, 당신은 다음의
두가지 결론 중 하나로 인해 이 곳에 온 것으로 생각되어지게 된다. 그것은 흑인 젊은이들이 본래
범죄지향적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형사제도가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두가지 생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존스의 표현이 불합리성(흑인의 선천적 범죄지향성에 대한 관념)의 명백함(제도적
부당성)이라는 그의 생각을 조명하고자 했던 순수한 의도였음에 반해, 언론 범죄보도의 '인종적
이중성'은 흑인의 선천적 범죄지향성이라는 반이성적이며 인종차별적인 견해를 마치 정당한
관점에서 보는 것처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범죄형' 딱지 붙이기
흑인 및 라틴인에게 때때로 '범죄형'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경우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행해지고 있는데, 그간의 연구결과는 주류언론이 얼마나 편파적으로
젊은이들과 흑인들을 범죄적인 형상으로 그려내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하버드 인터내셔널
저널(Harvard International Journal of Press/Politics) 1권 3번의 '흑인과 백인의 범죄 :
지역방송의 격렬하고 끔찍한 세계'(Crime in Black and White : The Violent, Scary World of Local
News)를 보라.)
때때로 주요 언론들은 이러한 누명을 씌우는 일을 아주 명백하게 자행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 92년
12월 23일자 가운데 뉴욕시의 흑인과 라틴인의 도심범죄가 수년간 높은 발생율을 기록한 것에 대한
기사가 바로 그러한 예 중 하나다. 불길한 예감을 불러일으키는 그 기사의 부제는 바로 '범죄발생의
경향'이다. 이 기사 내에는 뉴욕시의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이 지도에는 흑인과 라틴인들의
거주지역이 표시되어 마치 이들 모두가 '범죄집단'인 것처럼 낙인찍은 채 이들을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흑인에 대한 노골적인 편견을 드러내는 기사 - 역자 주)보다도 인종적
이중주의를 담은 언론의 범죄사건보도는 흑인을 그다지 문제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미묘하게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95년 Sentencing Project의 연구 보고를 소개한 U. S News &
World Report 95년 10월 16일자의 '흑인범죄에 대한 충격적인 시각'이라는 기사를 살펴보자. 이
신문은 이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흑인 젊은이들의 1/3은 범인인가?" U. S
News는 다음의 글에서 '흑 대 백'의 의미를 포함한 상기의 'A or B'식의 보도형태를 덮어씌우고
있다. "많은 백인들은 이 연구결과가 그저 흑인 청년이 범죄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뿐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와 반대로 많은 흑인들은 그 '다수'가 자신들에게 불공평한
법률제도의 산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97년 1월 30일자는 Sentencing Project가 펴낸 '의도되지 않은 결과'라는 보고서를 위와
비슷한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다. 이 보도는 많은 흑인 남성들이 본성적으로 범죄적이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더욱 믿게끔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폭스 버터필드(Fox Butterfield)는 한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 흑인 남성에 대한 "구속과정(Imprisonment : 선고결과, 형량, 형집행과정 등
전반적인 과정을 포괄하는 내용 - 역자 주)에서 인종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은 흑인 약물복용자들이
선호하는 '으깬 코카인'(Crack Cocaine)이 백인 약물복용자들이 선호하는 '가루 코카인'(Powdered
Cocaine)에 비해 더 무거운 처벌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흑인들이 "폭력범죄로 인해
백인들에 비해 더 많이 체포"되고 있는 것은 "불행한 사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방식의
글쓰기는 이 외에도 뉴욕타임스의 여러 기사에서 사용되어왔다.(95년 10월 5일자, 10월 8일자, 96년
2월 13일자 참조) 그렇게 해놓고서, 그는 독자들에게 다른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자신의 편견은
잠시 접어둔 채, 흑인 모두가 범인인 것처럼 말하는 것에 여전히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인종적 이중주의의 양태를 띠는 언론의 범죄사건보도는 이처럼 많은 수의 흑인들이 체포되고
있는 원인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이들이 (인종적) 차별을 일으키는 형사제도의 테두리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모델과 흑인의 본성 때문에 이러한 '불균형'의 결과가 야기되었다고 가정하는
모델간의 이항적 대립을 설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러나, Sentencing Project의 보고서는
다양한 원인요소를 열거하고 있다. 이들은 그 중 주요한 것들로 (1)(흑인에 대한) 편견,
(2)형사제도의 지속적 발달, (3)소수민족에 대해 '약물과의 전쟁'이라는 이름하에 과잉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음, (4)경찰의 '과격화' 현상, (5)저소득층이 밀집된 이른바 '인종과 계급의 교차가
발생하는' 교외 지역에 살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의 생활환경이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는 것 등을
꼽고 있다. 인종적 이중주의의 방식을 사용하는 이들은 이러한 '불균형'을 인종적 숙명으로
절대화하는 반면, 상기의 다양한 원인 요소들은 무시하거나, 극히 미미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언론의 '인종적 이중주의'를 담은 보도는 미국에서의 인종주의를 설명함에 있어서 이와 같은
단순한 '차별'의 모델을 강화시키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인종주의를 단지 개인적인 태도와 선호도의
문제로 표현함으로서, 경제문제나 지역문제와 같은 인종차별의 구조적 형태가 그동안 미국에서의
백인우월주의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더욱 중요한 사실을 방기하고 있다. 결국, 인종적
이중주의하의 보도는 '흑인의 범인화'(Black Criminalization)에 선도적 비판을 가하는 많은
이들이-Sentencing Project의 저자를 포함하여- '백인'(European-American)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외면한채, 백인의 특정한 한 관점과 흑인의 특정한 한 관점을 연결지우며 흑인과 백인을
적대적인 두 진영으로 나누고 있다.
중단된 말
흑인의 선천적 범죄성에 대한 주장을 마치 정당한 관점인 것처럼 유포시키는 것은 극악한 백인
우월주의 사상 속에서 인종차별문제를 논의하는 것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인종적 이중주의의
그러한 방식을 통해 언론은 암암리에-또는 노골적으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견해에 찬동하고 있다.
이것은 Nightline 97년 8월 27일 방송에서 인권학자이자 행동가인 라니 기니어(Lani Guinier)의
주장에 대한 테드 코펠의 다음과 같은 답변속에 명백히 드러난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이들과 감옥을 전전하는 이들의 두 부류로 나누어지죠." 코펠은 이러한 이분법적
논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그것은 마차와 마차를 끄는 말 가운데 어떤 것이 먼저 들어올
것인가 하는 오래전 질문과 같은거죠."(여기서 마차와 말은 각각 흑인과 백인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즉,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백인을 달릴 줄 아는 말에 비유한 반면,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흑인은 그 자체로는 결코 움직일 수 없는 흑인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 역자 주) "달리
말하면, 이 사람들(흑인)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일까요?
제 말은, 그들이 감옥에 가게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기묘한 사실은 코펠이 정작 그의 말을 멈춘다 하더라도, 그의 주장은 멈춰지지 않고 남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코펠에게서) 떠나면(코펠의 방송이 끝나게 되면 - 역자 주) 그 이후에 우리는
코펠의 이 '논리'가 내포하고 있는 바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 사람들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무엇 때문인가? 그들은 어쨌든
원래 범죄적이기 때문에? 또는 그들의 부모들이 범죄자이기 때문에? 아니면 단지 그들이 흑인이기
때문에? 그들은 어차피 감옥에 가게 될 운명이니까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는 것이다! 코펠씨.
이런 이유 때문에 그들이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불행하게도, 주류 언론은 잘못된 장소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려 하고 있다.
'흑인범죄문제'의 다른 측면에서 Nightline의 답변을 대체하자. 92년 9월 2일 Nightline에서
Natuinal Center의 제롬 밀러는 1980년에 마약판매죄로 86명의 흑인 젊은이와 18명의 백인
젊은이들이 체포된 반면에, 1990년에는 1,300명의 흑인 젊은이들이 체포된 것에 비해 백인
젊은이들은 단지 13명만이 체포되었다는 통계자료를 가지고 코펠과 맞섰다. 현재
미국공중보건기구(U. S. Public Health Service)의 약물복용 및 정신건강 집행위원회(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s Administration)의 1992년 통계에 의하면, 미국내 불법약물
복용자의 76%가 백인이며, 14%가 흑인, 8%가 라틴인이었다. 하지만 밀러가 이 통계자료를 들고
코펠에 맞섰을때, 그는 도리어 밀러에 대한 자신의 질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매우 고통스러운
질문이군요. 하지만 필요한 질문이겠죠."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약물을 판매하는
사람중에 백인은 많지 않다는 뜻인가요?"
'고통스러운' 질문? 왜 이 질문이 코펠에게는 그렇게나 '고통스러운' 것일까? 흑인에 대한 '진실'을
드러내는 유쾌하지 않은 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일까. 진실, 그 진실은 듣기 어렵다. 더군다나
그(테드 코펠)가 진실을 말하는 것은 더욱 듣기 어렵다. 하지만 코펠은 용기있게(bravely : 코펠의
답변이 극도의 인종적 차별을 드러내는 무모한 것임을 비꼬는 의미 : 역자 주), 그리고 신사적으로
그 진실을 발설했다. '흑인병리학'(black pathology : 흑인 본래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병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라는 것에 대한 '진실', '흑인범죄성'이라는 것에 대한 '진실'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코펠의 이러한 가족주의(paternalistic : 여기서는 '백인우월주의'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
역자 주)적 진실은 틀렸다. 그러므로 다음 차례에서 밀러는 좋은 순서를 맞이한 채 답변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아니오. 나는 백인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언론과
함께 (약물을) 팔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