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으로 알아보는 동티모르

묘지 앞에서 울고있는 동티모르 어린이

- 스티븐 R. 샤롬, 노암 촘스키, 마이클 앨버트


1. 1975년 이전까지 인도네시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무엇이었는가?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 국가들의 아시아 식민지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다음과 같이 간단한 것이었다. 즉, 식민지 영토내의 민족주의자들이 좌익이었던 곳에 대해서는 (베트남에서처럼) 유럽의 식민통치 강화를 지원하였던 반면에, 민족주의자들의 운동이 좌익적이지 않았던 곳(예를 들면, 인도)에서는 지배국가의 독점적인 사법권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그들의 독립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인도네시아의 민족주의자들이 그다지 (미국에) 순응적이라고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에, 친미적이었던 (일본군인들로 구성된) 영국군은 역시 친미적이었던 네덜란드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인도네시아인들에 대한 적대적 행동을 개시하였다. 그러나, 1948년에 수카르노를 필두로 한 인도네시아의 온건파 민족주의자들이 좌익의 습격을 분쇄하자 미국은 네덜란드군이 수카르노 중심의 인도네시아 독립을 지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수하르토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국은 수카르노가 위험한 중립주의자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이에 따라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인도네시아의 허약한 민주정부를 전복시키려 노력하였다. 이러한 노력들-2차대전 이후 미국의 최대 공작-이 수포로 돌아가자, 미국은 당시 대중적 기반을 갖고 있던 인도네시아 공산당에 대항할 만한 군부세력을 육성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전략을 재빨리 수정하였다. 인도네시아 군부는 약 50만명에서 100만명에 이르는 공산주의자, 좌파, 평범한 농민들에 대한 학살을 진행한 끝에, 1965년 수카르노를 실각시키고, 그 자리에 수하르토 장군을 앉힘으로써, (미국의) 이러한 전략은 결실을 맺게 되었다. 미국은 인도네시아 군부를 지지하고 자카르타에 무기를 급파하였으며, 심지어는 체포와 학살을 자행했던 그들에게 공산당원들의 리스트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CIA의 연구에 따르면, "학살된 사람의 수를 놓고 보"면 1965년부터 1966년까지의 인도네시아에서의 대학살극은 "20세기 최악의 대량학살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어진다. 미국은 수하르토의 통치정책과 일치하는 군사, 경제, 정치적 환경을 확립하였던 것이다.

 

2. 인도네시아가 침략하기 이전의 동티모르는 어떤 곳이었는가?

티모르는 필리핀 남부에서는 1,000마일 정도, 호주 남서부에서는 40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동남아시아의 작은 섬으로서, 그 면적은 매릴랜드주(미국 동부 대서양 연안의 주 - 역자 주)보다 약간 크다. 17세기부터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은 티모르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를 벌여왔는데, 결국에는 이 두 나라가 티모르를 분할하여 서부는 네덜란드의 차지로 네덜란드 동인도 제도(오늘날의 인도네시아 - 역자 주)의 일부로 편입되었으며, 동부는 포르투갈에 귀속되었다. 2차대전 종전후 네덜란드 동인도 제도가 인도네시아라는 이름으로 독립되자 서티모르는 이 신생국가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동티모르는 포르투갈이 자신의 식민제국을 결국 포기하기로 결정한 1970년대 중반까지 포르투갈의 지배하에 놓여있었다. 동티모르는 종교, 언어, 수백년의 식민지 역사의 경험 등 인도네시아와는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3. 동티모르는 어떻게 인도네시아에 편입되었는가?

포르투갈이 동티모르를 통치하는 동안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에 대한 공격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포르투갈 정부가 동티모르로부터의 철수의사를 선언하자, 수하르토는 동티모르의 영토와 천연자원을 복속시킬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1975년 당시 동티모르의 인구가 70만명이었던 것에 비해 인도네시아의 인구가 1억3천6백만명이었던 사실을 놓고 볼 때, 동티모르는 획득하기 손쉬운 목표물로 보였던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처음에 동티모르 지역 내의 소요를 조장함으로써 동티모르의 독립을 막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자 인도네시아는 치안유지를 핑계삼아 1975년 12월 동티모르에 대한 대규모 침략을 감행하였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외에 발표한 기본적인 선전문구-서구 언론에 의해 자주 반복된-는 동티모르에서의 전투가 바로 "내란"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인도네시아가 침략하기 이전에도 매우 짧은 기간의 내란이 있긴 했다. 하기야, 최근 25년 동안에도 나찌가 유럽을 정복했던 것과 같은 '내란'이 있긴 했으니까.

 

4. 인도네시아의 1975년 12월 침략 당시 미국의 역할은    무엇이었는가?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침략하기 전날 밤,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은 자카르타에서 수하르토를 만나고 있었다. 키신저는 나중에, (그 회동에서) 동티모르 문제가 논의된 바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사실상 미국정부는 수하르토에게 침략해도 좋다는 허락을 내린 셈이었다. 인도네시아 군대의 침략과정에서 사용된 무기 중 90%가 미국제였으며(침략의 목적을 돕기 위해 자국의 군수물자가 사용되는 것을 미국 국내법이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 게릴라용 군사장비를 포함한 무기공급의 흐름이 비밀리에 증가되었다.(이 점은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일들을 해석하는 것에 대한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침략자들에게 외교적 지지를 제공하기도 했다. 미 유엔 대사 다니엘 패트릭 모이니한이 그의 자서전에서 자랑했듯이, 그는 국제기구가 인도네시아의 침략에 대처하는 데는 무능하다는 사실을 확신시킬 정도로 유엔에서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스스로 인권대통령임을 선언했던 지미 카터 정부 하에서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미국의 군수원조는 훨씬 더 늘어났다. 1975년 이래로, 미국은 인도네시아에 10억달러어치가 넘는 군수물자를 판매해왔다.

 

5. 인도네시아의 침략은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인도네시아의 침략 및 이후의 무자비한 게릴라 진압활동은 약 20만명의 동티모르인들을 죽음-대량학살, 강제아사, 질병에 의한-으로 내몰았는데 이 숫자는 동티모르 인구 전체의 1/4이 넘는 숫자로, 전체 인구에 비례한 숫자로 볼 때 이는 근대사에서 최대의 유혈사태 중 하나가 되었다. 인도네시아 군대가 저지른 커다란 일들을 덧붙이면, 고문과 강간, 강제이주의 방법들이 동원되었다.

살해된 동티모르인의 잘려진 머리를 들고 있는 인도네시아 군인

< 살해된 동티모르인들의 잘려진 머리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군인들 >

 

6. 인도네시아의 1975년 침략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인도네시아의 침략은 국제법과 자결권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었기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침략을 비난하고,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로부터 병력을 철수시킬 것을 요구하였다. 유엔총회는 동티모르를 자신의 27번째 주로 채택하는 인도네시아의 합병안을 거절했으며, 동티모르인들이 그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도록 두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호주를 제외한 어떤 국가도 동티모르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이면에는, 인도네시아 및 그 거대한 인구와의 친밀한 경제적 유대관계를 통한 이득(코카콜라사의 회장은 1972년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인도네시아-1억 8천만명이 살고 있고, 전체국민의 평균연령이 18세이며, 이슬람교의 음주 금지조치가 내려져 있는 적도상에 위치한 국가-를 떠올릴 때, 나는 천국이 어떤 곳인지를 알게 될 것 같다."), 무기 구매자로서의 인도네시아,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동티모르를 뜻함 - 역자 주)와 관계를 맺는 것보다 가장 큰 나라(인도네시아를 뜻함 - 역자 주)와의 국가관계를 맺을 때 더 늘어나는 지형학적 이득과 같은 요인들이, 각 국가들에겐 이들의 도덕성이나 체면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는 사고가 숨어있었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지원은 앞에서 밝힌 바와 같으며, 호주의 경우는 동티모르 근해 석유매장의 분할에 대한 희망으로 인도네시아에 군사적 원조를 실시하였고, 유일하게 동티모르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주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영국은 최근까지 인도네시아에 대한 최대 무기수출국이었으며, 일본은 최대 경제원조 및 해외투자국이었다. 캐나다는 경제 및 군사분야 모두에 걸친 원조를 실시해왔으며, 네덜란드와 독일 역시 같은 기간동안의 주요 무기 수출국이었다.

 

7. 티모르인들은 그동안 어떻게 저항해왔는가?

티모르인들은 진정으로 고무적이고 용기있는 투쟁을 벌여왔다. 그들은 비자발적이던 저항세력을 조직화시키고, 무저항주의자들을 움직여 소름끼칠 정도의 차별에 맞선 게릴라전을 펼쳐왔다. 학생들과 카톨릭교인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게릴라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데모에 참가하며, 조직원들을 숨겨주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그 투쟁에 동참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끔찍한 억압, 그리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 국민의 다수를 동티모르에 이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동티모르는 자결과 자유에 대한 그들의 열정적 행동을 계속 지켜왔다는 점이다.

 

8. 수년동안 동티모르 외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연대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딜리 대학살(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한동안은 작고 외로운 목소리만이 울려퍼졌다. 그 울림을 시작한 이후 줄곧 동티모르에 대한 연대행동의 중심에 있었던 아놀드 코헨이 바로 그 예의 인물이다. 호주와 영국에서는 동티모르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노력한 소규모 단체들이 있었다. 1980년대에 접어들어 그 숫자와 행동은 늘어났다. 1991년 발생한 딜리 대학살-인도네시아 군대가 평화적인 장례식장을 공격함으로써 270명 이상이 학살된 사건(좀 더 정확한 자료를 살펴보면, 사망 271명, 실종 250명, 부상 3백82명으로 집계되었다. - 구수환, 월간 말 1998년 10월호, p. 148)-에 대한 상당한 분노의 움직임들이 있었는데, 이 학살은 미국의 자유기고가인 애이미 굿맨과 앨런 나이른(그는 최근 인도네시아 군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리고 학살장면을 비밀리에 필름에 담은 한 영국 TV 사진기자에 의해 공개되었다. 종교단체 및 인권단체들은 활발히 움직이게 되었고, 동티모르 행동연대가 찰리 샤이너에 의해 구성되었다.

호세 라모스 오르타비숍 카를로스 필리페 시메네스 벨로1990년대 중반까지 많은 나라에서 부차적인 조직들이 생겨나게 되었으며, 이제 이들은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다. 동티모르 문제는 항상 정확했던 것은 아니지만, 마침내 주류언론에 등장하게 되었다. 동티모르 활동가들의 열성적인 로비활동으로 인도네시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 제한안이 미 행정부에 의해 의회에 상정되었다.-이를 교묘히 피해가기도 했지만 어쨌든 상정되었다.- 동티모르 외교대표위 위원장 호세 라모스 오르타(그는 당시 동티모르 저항국민회의(CNRM) 의장이기도 했다 - 역자 주)와 동티모르의 정신적 지도자인 비숍 카를로스 필리페 시메네스 벨로는 1996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함으로써 동티모르 사태에 대한 더욱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9. 최근 실시된 국민투표는 어떻게 이루어진 것이며, 또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B. J. 하비비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1998년 인도네시아에서는 대중집회와 경제위기, 거대 부패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수하르토가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그의 후계자인 B. J. 하비비는 인도네시아의 총선 및 동티모르의 장래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 요구를 수락하였다. 인도네시아 총선에서 제1야당 지도자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52세, 그는 수카르노의 맏딸로 현재 인도네시아 민주투쟁당 당수이다 : 역자 주)가 당선되었다. 그러나 만약 그가 11월에 대통령직을 승계한다고 해도, 인도네시아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국가안전기구를 해체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동티모르의 장래를 묻는 국민투표에 대한 협상 결과, 국제기구들은 결국 인도네시아의 국내(선거)법을 따르기로 합의하였다. 국민투표는 (동티모르에 대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실시하기로 하였다. 유엔은 백명이 넘는 많은 비무장 선거감시요원들을 파견하기로 결의하였지만, 이들에게는 준군사조직("민병대")의 행동을 멈추게 할 수단이 없었다. 이들 민병대는 그동안 인도네시아 군부에 의해 조직되었고, 그들의 지시 아래 대규모 테러를 저질러왔다. 특히 그들의 특공대(코파서스)는 미국과 호주에서 훈련을 받았고, 무자비한 폭력과 그 잔인성으로 악명이 높은 군사조직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더욱 실질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유엔의 입장을 억누르면서, 도리어 선거감시요원의 파견을 사실상 늦추었다. 인도네시아에의 잔류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민병대의 소행으로 명확히 밝혀진 테러가 계속 발생함에 따라 국민투표는 유엔에 의해서 여러번 연기되었다. 1999년 8월 30일, 동티모르 인구의 대부분이 투표에 응하였고(투표율은 98.6%로 집계되었다. - 문화일보 98년 8월 31일자 1면), 독립찬성표가 약 80%에 이르는 등(찬성표는 78.5%로 집계되었다. - 한겨레 99년 9월 7일자 11면), 놀라울 정도의 용기있는 행동이 보여졌다.

인도네시아의 계속적인 통치를 따를 것을 협박하는 주민들에 대한 위협이 실패로 돌아가자 인도네시아 군부와 민병대는 민간인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가했으며, 이로 인해 수십만명이 집을 잃고, 집계된 수치는 없지만, 적어도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하였으며, 방화와 약탈이 자행되었다.

 

10. 국민투표 이후 현재의 인도네시아와 민병대의 행위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인도네시아 군부가 노리는 것은 인도네시아의 통치가 너무나 가혹하다며 고개를 내밀지도 모르는 인도네시아내 사람들에 대한 무력적 위협이다. 인도네시아 군부는 1965년∼66년 학살 당시에도 바로 이 점에서 무력적 위협을 가했는데, 당시 수하르토는 수년동안, 그리고 여러번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미국과 유럽국가들로부터 항상 열성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여러 곳에서는 분리주의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으며(물론, 동티모르의 독립운동가들이 "분리주의자"로 불리워질 때, 이는 곧 나찌 침략자들이 프랑스 저항세력들에 대해 "분리주의자"로 불렀던 것과 비슷한 의미로 해석될 때도 있지만), 인도네시아 군부는 동티모르의 독립이 다른 분리주의 운동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아마도 전전긍긍해하고 있을 것이다.

또, 자카르타 내의 시민주권을 억압하고 수하르토 퇴진 이후의 지배권을 군부가 틀어쥐려는 의도 역시 이에 포함되어있는 것 같다. 단순한 보복으로서의 의미도 역시 추측 가능한 일이다. 동티모르인들은 지난 25년동안 엄청난 용기와 성실한 행동으로 저항하였기에 이제 학살과 파멸이라는 대가를 치루고 있는 셈이다. 군부와 수하르토 일가가 동티모르의 천연자원 대부분을 강탈해 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되돌려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할 부분이다. 그 배경에는 동티모르 근해의 석유재산을 누가 획득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11. 유엔의 역할은 무엇인가?

유엔의 역할을 말하는 데 있어서 오해되기 쉬운 것들이 조금 있다. 유엔은 심지어 세계 국가들을 대표하는 추상적인 존재로서의 권위조차도 거의 무력한 상태이다. 그 대신 주로 미국과 같은 강대국에 의해 그 권위를 인정받는 경우에 한해서는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유엔은 평화유지군을 자체상비군으로 둘 수 없기 때문에, 어떤 특정 작전에 군대를 파견하고자 하는 국가들을 모집하는데 의존하고 있다. 유엔은 미국이 분담금을 계속 미납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의 극심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티모르에 파견된 모든 평화유지군들은 아마도 유엔군이 되지 못할 전망인데, 이는 미 의회가,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에 대한 미 정부의 승인에 앞서 보름동안이나 그 결정을 미루고 있으며 그 활동에 부여된 분담금을 행정부가 지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김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지만, 총회나 경제·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는 집단처럼 유엔의 몇몇 조직에서는 식민지 해방시기 이후, 제 3세계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정책은 유엔에 손상을 가하여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유엔은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나, 미국과 다른 주요국가들의 정책은 국제기구의 역할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입안자의 관점에서 볼 때, 유엔에 의해 수행되는 한가지 중요한 역할이 있긴 한데, 그것은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유엔을 그 희생양으로 편리하게 써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현재 동티모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학살은 지난 4반세기동안 그 곳에서 벌어진 잔혹행위들을 제지해야 할 책임을 미국과 서구 강대국들이 저버렸다는 데 그 직접적인 책임이 있으나, 유엔은 아마도 그러한 비난을 뒤집어쓰게 될 것 같다.

 

12. 국민투표 실시 이후, 현재 미국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현재 미국이 노리고 있는 것은 예전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은 현존하는 (미국과 인도네시아간의) 권력관계의 와해의 위험성 및 대중의 자각과 (미국에 대한) 반론의 확대로 생겨나는 영향력을 최소화시키면서, 권력과 경제력의 친미적인 정치엘리트에로의 복귀를 확대시키는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무자비한 독재자들과의 친분을 지속시켜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즉, 미국은 잔학행위들이 광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이를 모른 척 하다가,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불안과 불복종이 과도하게 유발될 때에 한해서만 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다. 그래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이란의 군부가 대중시위에 대한 억압하는 노력을 중단하게 될 때쯤이 되서야 이란의 샤왕조에 대한 지지를 중단하였으며, 레이건 대통령은 필리핀에서 마르코스가 군부와 거리를 메운 수많은 민중들로부터 축출되자 그를 감싸안던 행위를 멈추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에서도, 미국은 자신의 경제적, 지정학적 이익에 위협을 줄 것처럼 보인 대중적 폭발이 발생하자 수하르토에 대한 지지를 중단하였다.

그리고 미국은 자국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일 경우에 한해서만 동티모르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정책을 지지하였다-무기와 교역, 외교적 지원을 통해서-. 동티모르 문제가 전면에 떠오르지 않는 한에서 미 행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동티모르에 대한) 자율권을 행사하게 하도록 하는 것에 만족하였다. 그러나 이젠 잔학행위에 관한 뉴스가 억제될 수 없게 되었다. 몇몇 용기있는 기자들과 독립적인 감시자들, 그리고 몇몇 유엔의 직원들은 동티모르에 대해 외면하기를 거부하였으며, 투쟁가들로 이루어진 연대단체들은 모두 이 사태를 널리 알려냈다. 이것은 미국 정부가 동티모르에서의 인도네시아의 테러리즘에 대한 관용을 계속 유지시키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상승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 행정부는 인도네시아에서의 경제적 주도권을 확고히 하고, 인도네시아 군부와의 유대관계를 지속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13. 미국은 동티모르에서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는가?

미국과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군수업체를 많이 갖고 있지 않으며, 그것을 미국, 영국, 호주 등 그들의 공급자로부터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군대는 미군과의 합동훈련에 참여하여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있었던 합동훈련은 199년 8월 30일 국민투표가 있기 바로 일주일 전에 실시되었다.

또 인도네시아의 경제는 미국과 다른 선진국, 그리고 이들 나라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의 경제원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들의 원조가 중단된다면, 인도네시아는 해외투자가들의 증발과 국내 자본의 해외도피를 겪게 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인도네시아는 미국 정부와 다른 서구 선진국들의 승인 없이는 단독으로 행동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제평화유지군의 참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했던 것처럼 보여지는 같은 종류의 압력이 동티모르에서의 학살과 파괴를 중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다면,-그리고 여전히 사용될 수 있는- 평화유지군의 파견보다도 훨씬 더 동티모르인들의 생명에 결정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여전히 인도네시아의 테러를 받고 있는 서티모르로 피신하는 그러한 동티모르인들에게, 평화유지군이 도착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다.) 평화유지군은 인도주의적 원조를 용이하게 한다는(그러나 산중에 있는 아사상태의 수십만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대량지원이 필요하다.) 측면에서, 그리고 해산하라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민병대의 행동을 제지한다는 측면에서 유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를 죄고 있는 그러한 압력이 잔학행위를 멈추게 하기 위해 일주일전, 또는 2주전에 이루어질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정부로 하여금 민병대를 해산하게 하고, 그들의 테러를 중지시키기 위해 6달 전에 그러한 압력이 사용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25년전 바로 그 당시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동티모르로부터 철수하도록 하는데 사용될 수도 있었으며, 애초당시 1975년 12월 인도네시아의 침략 이전에 사용될 수도 있었다.

 

14. 미국은 동티모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 정부는 인도적 관계에 따라 행동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정치, 경제 엘리트들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며, 그러한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라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잔인한 행동에도 기꺼이 관용을 베풀고 있다-심지어는 반기기도 한다-.

그러나 때때로 미국의 엘리트들은,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겨나는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는 확실한 경우에는 긍정적인 행동과정을 따르게끔 하는 압력에 놓일 수도 있다. 미국 정부는, 폭발하는 인도주의적 요구들을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베트남 전쟁을 중단시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베트남인들의 저항과 미국내의 분열이 전쟁을 지속하는데 드는 비용을 너무 높였기 때문에 그 전쟁을 중단했던 것이다.

미국정부는 학살을 부추기는 짓을 계속하는데 소비되는 사회적 비용이 상승해서 더 이상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의 대중적 압력이 가해질 경우에 한해서만 동티모르에 대하여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좀 더 자세하게 말한다면, 끔찍스러울 정도의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그만 둘 것이라는 말이다-.

미국의 전략이라는 것은 이제 동티모르에서의 미국의 정책이 변화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나, 미국의 정책이 좀 더 여러면에서 변화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나 모두 동일한 것이다. 미국의 엘리트들은 도덕적 설득에 대해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의 고려에 대해서 반응을 보인다. 그러므로 누군가 미국 정부의 선택에 영향을 주고자 한다면,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이해관계를 변화시킬 환경을 창출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미국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환경에 대한 자각수준을 높여주고, 미국이 소중히 여기고 있는 가치들을 위협할 수 있는 반론의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다. 티모르에서의 계획적인 대량학살극을 부추기거나 방관함으로써 미국 엘리트들의 입지를 강화시키고 그들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준다면, 티모르 사태와 같은 일들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정책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 대중적 행동주의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뻔뻔스러운 장삿일을 일상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한다면, 또 동티모르 사태에서뿐만 아니라 이같은 사건의 배후에 숨어있는 기본적인 조직들을 육성하고 확장시키며 계속 진행케 하는 행동에 대해 위협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미국의 엘리트들이 매우 잘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정말로 위험한 비용을 안겨다 줄 것이다.

그렇다면, 도덕적 미국인은 무엇을 해야하나? 많이 알려고 노력하라. 다른 이들을 교육시키려 노력하라. 다른 의견을 가시화 하고자 하는 일들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재정적으로든지, 아니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연구와 위원회에 기부를 하거나, 조직화에 필요한 시간과 노동을 제공함으로써-. 이 문제는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티모르 사태에 대한 정답은 코소보 사태나 걸프전이나 니카라과 사태나 베트남 전쟁에서의 정답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북아메리카 조약협정(NAFTA)을 뒤집는 투쟁을 벌여 승리하고, 차별정책에 맞서는 행동을 유지하고자 하는(우선적으로, 승리해야 하는) 노력에 대한 (미국의) 대외정책의 목표에 대한 정답과 같은 것이다. 미국의 엘리트들에게 타격을 입히려면, 스스로를 누그러뜨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도록, 당신이 중단시키고자 하는 그들의 행위가 소비하는 사회적 비용을 급격히 높이는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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