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적 미화에 가려진 폭격

노암 촘스키

- 노암 촘스키(Noam Chomsky)

나토의 폭격으로 인해 무너진 자신의 집을 가리키며 분노하는 사람

< 나토의 폭격으로 인해 무너진 자신의 집을 가리키며 분노하는 사람 >

나토(주로 미국을 뜻함)의 코소보 공습과 관련해 많은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여기 지넷(Znet :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보적 통신네트워크 - 역자 주)에서의 논평을 포함해 엄청난 양의 글들이

쓰여지고 있다. 나는 몇몇 일반적인 견해를 종합해보되, 그간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았던 사실들도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두 가지 본질적인 문제를 놓고 보자. (1) '세계질서의 규범'(rules of world order)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 (2) 코소보의 경우에서 이 규범을 포함한 여타의 고려되어야할

사항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

(1) '세계질서의 규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

모든 국가를 포괄하여 국제법과 국제질서에는 일정한 제도(regime)가 따르는데, 이것은 유엔헌장과

국제재판소의 판례에서 나타난 세부사항들에 따른다. 쉽게 말하자면, 평화적 조치들이 실패한

이후에도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 역자 주)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경우에는 무력적 위협이나

무력사용이 금지된다. 또한 안보리가 승인하기 전까지는 무력공습(좁은 의미)에 대항한 자기방위적

성격의 무력사용도 금지되어있다.

물론, 이는 다소 포괄적인 개념이다. 그러므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 세계질서

내에서는, 유엔 헌장내의 '세계질서규범'과 국제인권선언에 규정된 명확한 정당성 모두를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는 경우라면, 이 두 개념 사이에서 일정한 긴장관계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UN헌장에서는

국가 주권에 대한 무력적 공격이 금지되어있으나, 국제인권선언에서는 억압적 국가에 맞설

개개인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다. '인도주의적 간섭(humanitarian intervention)'의 문제는 바로

이러한 긴장관계 속에서 생겨난 것이다. 미국과 나토는 바로 이 코소보에서의 인도주의적 간섭권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설과 뉴스보도들은 대체로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이를 반영하듯,

최근에 이르러서는 이 용어(인도주의적 간섭 - 역자 주)가 전문적인 용어로까지 자리잡게 되었다.)

뉴욕 타임즈(3월 27일자)가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데, 이 기사의 헤드라인은 '법학자들이

(코소보에서의) 무력사용의 권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로 쓰여졌다. 전 유엔 미대사 법률고문이었던

앨런 제어슨(Allen Gerson)을 그 예로 들고 있으며, 다른 두 법학자들의 견해도 인용되었다. 개런

카펜터(Galen Carpenter)는 "행정부의 논리를 비웃"었으며, 간섭권을 주장하는 이들을 비난했다. 잭 골드스미스

시카고 법대 국제법 전문교수인 잭 골드스미스(Jack Goldsmith)가 마지막으로

인용되었는데, 그는 나토공습에 대한 비판이 "정당한 합법적 논리를 갖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은 '인도주의적 간섭을 위한 예외조항'이 관습적이고

실제적인 문제로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의 세 근거를

요약해보면, 이 인용들은 헤드라인에 호의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고,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제시된 것들이다.

만약 우리가 '관습적이고 실제적'이라는 그의 말을 적어도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인정한다면, 골드스미스의 견해는 정당화될 수 있고, 우리는 이 자명한 이치를 마음에

새겨둘 지도 모른다.

인도주의적 간섭. 만약 이것이 존재한다면, 이는 개입과정에서의 '선에 대한 충실'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 가정은 그들의 수사적 어구로서가 아니라 그들의 기록, 특히 국제법이나 국제재판소의

판례와 같은 것들에 대한 원칙을 그들이 얼마나 일관되게 지켜왔는가를 기반으로 하여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충족되어야만) 이 가정은 다른 사항들에 대해서도 진정으로 자명한 이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이란인들이 대량학살을 막기 위해 보스니아에 개입했던 그 당시,

서구 국가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라. 이들은 조소를 보내며(사실은 무시한

거지만) 이에 개입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설령 (보스니아에 대한) 그들의 권력적 예속화의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들은 이란인들의 '선에 대한 충실'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미국은 그동안 이란을 '악'으로 규정해왔는데, 이 이란이 보스니아 내전에 개입함에

따라, 미국이 이 내전을 수수방관하는 입장을 택했던 사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 역자 주)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과연 이란의 개입과 테러의 역사가 미국의 그것보다 더 나쁜

것인가 하는 지극히 명백한 질문을 던질 것이다. 다른 질문들을 더 예로 들어보자. 국제법을

준수하는 모든 국가들을 소집하기 위해 열린 안보리의 결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유일한

국가(미국을 의미함 - 역자 주)를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도대체 역사적 기록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이 의제로서 거론되지 않는다면, 정직한 사람은 단지 충실하게 이러한

'인도주의적 간섭'의 논리를 받아들이면서 위 사실들을 빠뜨리고 말 것이다. 얼마나 많은

문헌-언론을 비롯한 여타의 것들-이 이와 같은 근본적인 조건(앞서 촘스키가 말한 선에 대한 충실,

기록적 기반을 뜻함 - 역자 주)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니는가를 분석하는 것은 유용한 작업이다.

(2) 코소보의 경우에서 이 규범을 포함한 여타의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

지난해 코소보에서는 대부분이 유고군에 의해 저질러진 대규모의 인종청소가 진행되었다. 이 격변의

주된 희생자는 코소보 인구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소수 알바니아계 코소보인들이었다. 공식적인

기록만 보더라도 2000명의 사망자와 수십만명의 난민들이 발생했다.

이 경우에서 제 3자는 다음의 세 가지 경우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Ⅰ) 격변을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Ⅱ)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Ⅲ) 격변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한다.

이 선택들은 현대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른 경우에도 적용된다. 몇 가지 유사한 경우를

살펴보면서 코소보의 경우는 위의 세 가지 선택 중에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알아보자.

(A) 콜롬비아. 미 국무부의 집계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는 콜롬비아 정부에 의해 정치적으로

살해된 사람 및 계엄령 선포일의 연간 평균수가 코소보의 그것과 비슷하며, 정권의 잔학행위를

피하고자 일차적으로 탈출을 감행한 난민만 해도 백만명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콜롬비아는

그동안 서구국가 중에서 미국의 군사무기를 최우선적으로 원조받아온 국가이며, 이 원조량은

90년대 내내 증가해왔다. 대부분의 진지한 관찰자들에게선 이미 폐기되었던 '전쟁예방약'(drug

war)이라는 구실로 지금도 이 무기원조량은 계속 증가해오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소름끼칠

정도의 폭력을 자신의 직무기간 내내 저지른 책임이 있는 가비리아(Gaviria) 대통령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데 지극히 열성적이었다.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가비리아 정권의 폭력성은 전임

정권보다 더하다고 한다. 그 폭력성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은 의심할 여지없이 정확한

사실들이다.

이 경우에서 미국의 반응은 'Ⅰ) 격변을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이다.

(B) 터키. 극우 보수주의자들은 90년대 터키의 쿠르드인에 대한 억압을 코소보 사태와 유사한

범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쿠르드 사태는 90년대 초에 절정에 달했다. 1990년부터

터키군이 쿠르드 국경 일대를 초토화시킨 1994년까지 백만명이 넘는 쿠르드인들이 국경

일대로부터 쿠르드의 임시 수도인 디야바키르(Diyarbakir)로 이주하였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1994년은 두 가지 기록을 함께 갖고 있는데, 조나단 랜들(Jonathan

Randal)이 보도한 것 그대로, "쿠르드 지방에 대한 가장 극심한 억압이 있었던 해"였음과

동시에, 터키가 "미국산 무기의 최대 단일수입국이 됨으로서, 세계 최대의 무기 수입국가가

되었던 해"였다. 인권단체들이 (쿠르드 지역내) 마을을 폭격하기 위해 미 전투기가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폭로하였을 때, 클린턴 행정부는 이미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해왔던 것처럼 무기판매중지에 필요한 법률망을 빠져나가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콜롬비아와

터키는 (미국의 지원아래 이루어진) 자신들의 탄압을 테러리스트와 게릴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바로 지금 유고 정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 예를 볼 때, 위 세 경우 가운데 연관이 있는 것은 또다시 '(Ⅰ) 격변을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이다.

대부분이 가운데 회색 부분이 플레인 오브 자르스 아이들과 가난한 농부들인 수천명의 사람들이 죽어갔다. 역사상 가장 큰 폭탄이

시민들을 목표물로 삼아 폭파되는 모습은 분명 가장 잔인한 장면이다.

가난한 농촌지역을 맹렬히 습격하곤 했던 미국 정부는 라오스 지역의

전쟁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베트남전에서) 미국 정부가 (대중적,

경제적 압력으로) 협상테이블에 앉게 되고, 북베트남에 대한 정규적 공습을

중단하게 된 1968년부터는 (미국 정부에게는) 최악의 기간이었다.

키신저-닉슨 행정부는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폭격하기 위해 배치했던

전투기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봄비가 투하되는 장면을 도식화한 것 사람들을 죽인 것은 작은 대인살상용 무기인 "봄비"(bombies)였는데, 이것은 지뢰보다 더

악랄한 무기다. 봄비는 특히 살상, 상해를 입히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서

트럭이나 빌딩 폭파에는 효력을 내지 못한다. 플레인은 수억개의 봄비가

흩어져 있는 곳이다. 봄비의 개발자인 하니웰(Honeywell)에 의하면 봄비가

우연히 폭발할 확률은 20∼30%에 이른다고 한다. 이 숫자는 플레인 지역의

봄비에 대한 통제력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 그리고 이 낮은 통제력을

구실로, 즉 봄비에 대한 통제를 늦출 경우 시민들을 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 시민에 대한 라오스 정권의 합리적인 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플레인내의 가족들이 대피소로 사용하기 위해 찾는

땅굴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신형 미사일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이 봄비의 경우는 극소량의 기술적 배치에 지나지 않는다. 아시아판 월스트리트 저널의

아시아 담당 대기자인 배리 와인(Barry Wain)에 의하면 현재 봄비에 의한 사고는 연간 100건

정도가 발생하여 이로 인한 사망자수는 라오스의 연간 사망자의 절반 이상인 2만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고 한다. 1997년부터 라오스 정권의 계속되는 잔학행위를 막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는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Mennonite Central Committee)의 분석보도에 따르면, 사망자들의

대다수가 아이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이 라오스의 경우가 코소보의 경우와

대략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종청소의 문제를 공개하고 본격화하기 위한 노력들은 그동안 계속 진행되어왔다. 영국에

본거지를 둔 MAG(Mine Advisory Group)는 살상사태를 없애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오고 있다.

영국 언론은 미국이 라오스 국민의 일부를 구제하는 조치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MAG를

따르는 소수의 서구단체 내에서 확연히 빠져나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영국 언론은

또한 미국이, 라오스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부여된 업무를 "훨씬 빠르고 안전하게"

수행해야 할 자신의 의무를 거절해버렸다는 MAG 관계자의 주장을 분노섞인 어조로 보도했다.

미국에서의 모든 행정업무가 그런 것처럼, 이것 역시 아직 국가기밀로 남아있다. 방콕의 언론은

현재 라오스의 상황을 미국의 폭탄투하가 가장 격렬했던 1969년 초기의 캄보디아, 특히 동부

캄보디아 지역과 매우 흡사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에서 미국의 반응은 'Ⅱ)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이다. 그리고 언론과 논평가들 역시,

라오스에 대한 공습이 '비밀전쟁'(secret war : 1969년 3월의 캄보디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미

잘 알려졌지만 보도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는 것을 뜻함)이라고 이름붙여진 것에 따라 침묵을

유지하고 있으며, 언론의 자기검열의 수준은 현재의 수준과 같이 대단히 심해졌다. 이 충격적인

실례는 더 이상의 설명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지극히 명백한 사실이다.

나는 생물학전 등의 전술로 이라크 시민들을 악랄하게 대량학살했던 것과 같은 동시대의 훨씬 더

심각한 사태들을 여기서 다 일일히 열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매덜라인 울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 : 현재 미 국무장관 - 역자 주)는 1996년에 전국 대상의 한 TV방송에서

5년동안 이라크 어린이들 중 50만명이 사망한 것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라고 답변했다. 매달

5천명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현재의 집계 결과를 두고서 여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말이다. 코소보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클린턴 행정부의 '도덕적

한계'(moral compass)가 결국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한 글을 우리가 읽게 될 때, 이러한 예들은

다시금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예가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나토 폭격의 위협은 예상되었던 대로, 세르비아군의

인종청소작업을 급속히 확대시켰으며, 국제감시단의 (현지로부터의) 이탈을 불러왔다. 웨슬리

클락(Wesly Clark) 사령관은 나토의 폭격 이후에 세르비아 군의 테러와 폭력이 한층 심해질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히 예상되는" 일이라고 말했는데,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첫번째 테러는

프리스티나(Pristina : 코소보주의 주도 - 역자 주)에서 발생했으며, 대규모의 마을 파괴, 학살이

자행되었고, 거대한 난민군을 형성했다. 아마도, 알바니아 인구의 다수를 축출하기 위한 (유고의)

노력은 클락 사령관이 옳게 지적했던 것처럼, 위협과 공습으로 생겨난 "확실히 예상되었던"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므로, 코소보 사태는 정확히 예상되었던 대로 'Ⅰ) 격변을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의 또다른 예이다.

만약 우리가, 최소한 공식적인 발표를 그대로 따른다고 한다면 (Ⅲ)의 예를 찾는 것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다. 숀 머피(Sean Murphy)의 '인도주의적 간섭'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켈로그-브리앤드

조약(Kellogg-Briand pact : 1928년 전쟁의 불법화와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49개국이 조인한 조약 : 역자 주) 이후, 그리고 이 규정을 강화하고 명문화한 유엔헌장 이후의

기록을 잘 보여준다. 첫번째 단락에서 그는 '인도주의적 간섭'의 가장 두드러진 예로 일본의 만주

공격, 무솔리니의 이디오피아 침략, 체코슬로바키아 일부에 대한 히틀러의 지배 등을 들고 있다. 이

모든 예들은 인도주의라는 어구를 끌어옴으로서 그만큼의 실질적인 정당성을 획득하고자 했던

것들이다. 일본은 당시 선도적인 중국의 민족주의자들의 지원 아래, '중국 마적'으로부터 만주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지상낙원'을 건설한답시고 만주를 침략하였는데, 이는 미국이 남베트남을

공격할 당시 만들어냈던 모든 구실보다는 차라리 훨씬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이었다. 무솔리니는

'문명화 과업'(civilizing mission)을 수행한답시고 수천명의 노예들에게 자유를 주겠노라고

했었다. 히틀러는 민족간의 갈등과 폭력을 종식시키려는 독일인들의 의지, 그리고 "(체코인들의)

진정한 이익을 제공하려는 진심어린 바램을 가득 담아" 체코인들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슬로바키아

대통령은 히틀러에게 자국에 대한 보호조치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었다- "독일인과 체코인들의

민족적 개성을 보호"한다고 선언했었다.

유엔헌장이 공포된 이후의 기간동안 '인도주의적 간섭'을 포함한 여러 개입과정과 위에서 밝힌

불순한 정당화 작업을 비교해보는 것은 또 다른 유용한 지적 훈련이 될 것이다.

유엔헌장이 발표된 이후, (Ⅲ)의 예에 가장 가까운 예는 1978년 12월, 당시 극에 달해 있던 폴

포트의 압제정치를 중단시키기 위해 캄보디아를 침공했던 베트남의 경우일 것이다. 베트남은

무력공격에 대항한 자기방어권을 주장해왔으며, 이것은 유엔헌장 이후 시기의 몇 안되는 자기방위의

정당한 논리 중 하나였던 것이다. 당시 크메르 루즈(민주캄푸챠당(Democratic Kampuchea : DK)는

국경지역에서 베트남에 대한 살인적인 공습을 자행하고 있었다. 늘 미국의 반응은 교훈을 준다.

폴 포트 (미국) 언론은 베트남을 두고 국제법을 완전히 깔아뭉갰다며 아시아의

'프러시아'로 비난했다.

베트남은 폴 포트의 압제를 중단시켰다는 죄로, (미국을 등에 업은) 중국의

침공, 그리고 미국의 극심한 제재조치를 받아야만 했다. 미국은 축출된

민주캄푸챠당을 캄보디아의 공식 정부로 인정했는데, 미 국무부는 이에 대해

폴포트 노선의 "연속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미국은 크메르 루즈가 캄보디아 내에서

계속적인 공습을 자행하는 것을 지원했다.

이 예는 우리에게 '인도주의적 간섭의 새로운 합법적 기준'의 근거가 되는 '관습과 실제'(custom

and practice)라는 것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원이 사각형이라는 명제(즉, 말도 안되는 소리, 거짓말 - 역자 주)를 증명하기 위한 이론가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토의 폭격이 허약하게나마 남아있는 국제법의 형식적인 구조마저도

깨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게 하진 못한다. 미국은 회의석상에서 나토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도했었다. (지금까지, 고르바초프 이전의 우크라이나처럼 독립적인 행동을 취해왔었던) 영국을

제외한 모든 나토의 가맹국들은 미국의 정책에 회의적이었으며, 특히 울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무력 과시"(saber-rattling : 케빈 컬렌(Kevin Cullen), 보스턴 글로브 2월 22일자)에 격노했다.

심지어 이제는 나토 내에서조차도 전투지역에 접근하면 할수록, 무력공습을 주장하는 미국에 대한

반대의 움직임은 더욱 크게 일어나고 있다.(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는 나토평화군 활동의

승인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의 소집을 요구했었는데, 미국은 이를 딱 잘라 거절했다.

이에 대한 미 국무부 관리의 설명을 빌리자면, "이젠 나토가 미국으로부터 독립된 행동을 취할 수

있어야 하는 위치에 서 있음"을 주장하기 때문이란다. 미국은 나토의 마지막 성명 가운데

"신경쓰이는 단어인 '승인하다'(authorize)"라는 말을 쓰는 것에도 반대했는데, 이는 유엔헌장과

국제법의 어떠한 권위도 인정할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이었다. ('승인하다'라는 단어) 대신, 미국은

"확인하다"(endorse)는 단어를 허락했다.(제인 페레즈(Jane Perlez), 뉴욕타임즈 2월 11일자) 이와

비슷한 경우인 이라크 폭격 당시에도, 미국은 뻔뻔스럽게도 유엔에 대한 경멸적인 표현을 시도 때도

없이 발설했으며, 이라크에 대한 폭격은 결국 이런 식으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몇달 전에 있었던

어느 작은 아프리카 국가의 의약제조시설의 절반 이상을 파괴했던 사실도 물론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되는데, 이것 역시 미국에게는 자신들의 "도덕적 한계"가 정당성(righteousness)-'관습과

실제'라는 말을 검증하기 위해 어떤 사실들이 고려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지금 당장 명백히

밝혀지는 '기록'임을 언급하지 않기 위해 대체한 단어-으로부터 어긋났다는 사실을 주지하지 않는

일회적 행사일 뿐이었다.

1930년대 말엽에 이미 그 의미가 사라졌던 것처럼 세계 질서의 규범은 이미 사라졌다는 주장이

오히려 그럴 듯하게 논의될 수 있다. 세계 질서를 담당할 기본 조직(유엔, 국제재판소 등 : 역자

주)의 지도력에 대한 (미국의) 경멸적 행동이 극심해져 토론을 위한 공간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서상의 기록을 들춰보면, 이러한 경향은 심지어 1947년에 새롭게 구성되었던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의 첫 기록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케네디의

재임시절에는, 이러한 경향이 공공연한 표현으로까지 내비쳐지기 시작했으며, 레이건-클린턴 시기에

이르러서는 아예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 그들의 혁신적 과제가 되었다. 만약

정의와 정직이란 것이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이제 중·고등학교나 대학의 교과서 첫

장에나 뚜렷하게 나타나 있는 흥미로운 설명 속으로 숨어버리게 되었다. 이른바 최고 권위자들은

국제재판소나 유엔 및 기타 위원회들이 2차대전 직후와는 달리 이제 더이상 미국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기 때문에 무의미한 것이라는 야만성을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

그나마 (정의와 정직의 가치를 지닌) 한 가지가 표면화될 뻔도 했다. 만약 미국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무기 역시 달라지듯, 이미 자신들이 경멸했던 국제법의 원칙을 도리어 자신들이 휘두르며

자기정당성을 내세우는 위선적인 행태라도 보이질 않았다면야, 미국은 그나마 '정직'하다는 평은

들었을 것이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새롭게 구축했던 레이건 정권에 반해, 클린턴 정권 내에서는

매파적인(hawkish) 정치분석가들조차 우려를 나타낼 정도로 세계 질서의 규범이 극도로 무시되어진

상태이다. 지도적인 매파 언론인 포린 어페어스지(Foreign Affairs)의 최근호에서 사뮤엘 사뮤엘 헌팅턴

헌팅턴(Samuel Huntington)은 클린턴 정부가 위험한 길을 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수 세계국가의 눈-헌팅턴은 아마도 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뜻하고 있는 듯 하다-에는

미국이 "자신들의 사회를 위협하는 독점적이고도 거대한 외부체"로 여겨지는 "사악한

절대권력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현실론자들의 '국제관계이론'(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은 이러한 사악한 절대권력과 균형을 이룰 (대항국가간의) 연합세력이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실론적 견해는 미국의 자세가 재고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사회에 대한 이미지가 변화되기를 바라는 미국인들은 현실론적 입장을

지지하건, 다른 견해를 지지하건 간에 미국의 자세의 재고를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코소보에서 해야할 일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것은 답해지지 않은 채

사라지고 있다. 미국은 스스로가 명확히 인지한대로, "예상되었던" 잔학행위와 폭력을 확대시키는

길을 택했고, 국제질서의 제도적 규범에 계속 대항하는 공습의 길을 택하여 힘없는 시민들에게는

약탈국가로부터의 최소한도의 보호망만을 제공하는 길을 택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음과 같은 견해는 설득력이 있다. "세르비아에 떨어진 무수한

폭탄, 코소보에서의 무자비한 인종청소, 이 모두는 세르비아인들과 알바니아인들이 앞으로 어느

정도 평화적인 선에서 서로를 방관하며 지낼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암시하는 것이다."(파이낸셜

타임즈, 3월 27일자) 예고없이 사라지는 것은 없듯,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타날 수 있는 그 결과는

매우 참혹할 것이다.

학살이 계속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무언가 해야한다는

것은 표준적인 주장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어떤 것을 선택할 땐,

"우선 해를 끼치지 말라"던 히포크라테스의 원칙을 항상 따라야 한다. 만약 당신이 이 근본적인

원칙을 계속 유지할 방도가 없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 고려될 수 있는 방법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외교와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냉전이라는 구실도 이미 사라진 지금, '인도주의적 간섭'의 권리는 앞으로 -그것이 정당성이 있건

없건 간에- 더욱 빈번히 제기될 것 같다. 그런 때가 올 때, 매우 존경받는 논자들-국제재판소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 핵심적인 내용조차 알라진 바 없는 미국에 의해 거부된 결정에 대해 분명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논자들을 말함-의 관점은 주의깊게 살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국제관계 및 국제법의 학문적 영역에서 헤들리 불(Hedley Bull)이나 루이스 헨킨(Louis Henkin)만큼

존경받는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불은 이미 15년전에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특정 국가

내지는 어떤 국가연합조직이 다른 국가들의 관점을 무시한 채 스스로를 세계 공통선의 권위적인

재판관으로 상정하는 것은, 사실 기존 국제질서에 대한 일종의 협박이나 다름없으므로 이것은

세계지배를 위한 효율적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헨킨은 국제질서에 관한 자신의 일반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무력사용에 대한 금지조항을 무시하려는 움직임은 실로 괘씸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또한 그러한 환경에서 무력사용을 합법화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위험한

발상이다. … 만약 외부적인 무력사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용인하게 된다면, 인권의 침해는

정말로 너무나 일상적인 것이 될 것이며, 모든 국가에 대해 무력사용을 금지할 만한 어떤한 법률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나는 인권이란 절대적으로 옹호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믿고 있으며, 다른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동들은 평화적 수단에 의해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지,

전쟁을 불법화하고 무력사용을 금지하는 국제법의 원칙을 파괴하는 공격적인 행동을 사용함으로써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국제법과 규범, 조약 이행의 엄격한 의무, 국제재판소의 판례 등에 나타나 있는 이미 인정되어있는

원칙들은 가장 존경받는 논자들이 고려해왔던 것들이다. 이들은 어떤 특정한 문제들을 알아서

해결하진 않는다. 개별 문제들은 그들의 공적에 따라 판단되어지도록 되어있다. 사담 후세인에 대한

대처방안을 (무력사용을 금지한 국제법에) 적용시키지 않는 이들은 국제규범의 위반, 그리고 위협과

무력 사용의 이 두 가지 모두를 수반할 만한 교차점이 존재함을 증명하여야 하는 무거운 짐을 안게

된다. 설령 이 교차점을 찾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감성적인 수사구로서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또한 그러한 (국제법 규범의) 위반에 따르는 결과는

주의깊게 평가되어져야 한다.-자세히 말하면, 우리가 앞서 "예상되었던"이란 말로 이해했던 것들-

그리고,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 할지라도, 모든 행동들에 대한 이유가 평가되어야 한다.-또다시

자세히 말하자면, 그것은 단순히 독자들에 의한 찬사 때문이나 그들의 "도덕적 한계"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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