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을 아세요?
<왼쪽부터 티미 씨(Timmy C./Bass), 브래드 윌크(Brad Wilk/Drum),
잭 드 라로차(Zack De La Rocha/Vocal), 톰 모렐로(Tom Morello/Guitar)>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린 '99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발은 쏟아진 비 때문에
반쪽짜리 공연이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이틀간 캠프촌까지 차려놓고 정말 성대하게 한 판 벌어질
줄로 기대했었는데 아쉽게 되었지요. 첫날엔 한국밴드로서는 크래쉬만이, 그리고 외국밴드중엔
아일랜드밴드 애쉬, 일본밴드 더 매드 캡슐 마켓츠, 미국밴드 드림씨어터, 마지막으로 영국밴드
딥퍼플이 공연을 했고, 둘째날엔 아예 공연이 열리지도 못했죠.
첫날 공연의 초점이 드림씨어터와 딥퍼플에 모여졌었다면, 두 번째 공연의 초점은 프로디지와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에 모여졌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Rage Against
The Machine : 이후론 그냥 줄여서 '레이지'로 부르겠습니다)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라는
점에서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공연이 열렸다면, 레이지를 모르시는 분들에게 이 밴드가 좀 더 알려질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이 글터를 핑계삼아 레이지의 음악 및 정치에 대해 한번 끄적거려보고자 합니다.
1.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은 미국의 4인조 밴드입니다. 보컬(잭 드 라로차), 기타(톰 모렐로),
베이스(티미 씨), 드럼(브래드 윌크)으로, 외형상 전형적인 밴드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보컬을 맡고 있는 잭이 래퍼라는 것이죠. 이는 이들의 음악 자체가 하드코어
(음악장르상 하드코어란 뜻은 샘플링과 믹싱 등에 의존하지 않고 악기 소리 그대로를 들려주는
다소 선명한 음악을 말합니다)와 스트리트 비트(마치 거리를 뛰어가듯이 꽤 빠른 속도로 일정한
박자를 지속적으로 연주하는 리듬 형식을 말하죠. 쿵쿵짝~ 쿵쿵짝~)의 결합이고, 밴드가 가진
정치성을 가사로 표현하기 위해선 함축적인 시 언어와 같은 노랫말보단 랩이 효과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수긍이 가시리라 봅니다.
2. '기계'란?
밴드 이름을 우리말로 옮기면 <기계에 대한 분노>가 되죠. 여기서 말하는 '기계'란 무슨 뜻일까요?
레이지 1집의 속지에 기록되어있는 성문영씨의 해설내용을 잠시 옮겨보겠습니다.
< 밴드의 기타를 맡고 있는 탐 모렐로의 표현대로라면 '빈곤층과 소수 민족집단을 깔아뭉개고
젊은이들의 기를 죽이고 윽박지르는, 전국에 걸친 경찰력이 남용하는 억압권'이라든가 '모든
사람들을 고분고분한 소비자로 길들이는 파렴치한 기업 자본주의 원리' 등이 모두 자신들이
맞서(against) 분노하고자(rage) 하는 총체적인 기계(machine)들이다. >
모렐로의 표현에 따르자면, 결국 밴드명의 '기계'라 함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계라는 개념처럼
권위적 지배체제 및 자본주의적 지배논리가 결합된 하나의 일정한 '체제양식'을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본위의 체제가 아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되는 지속적인 억압체계를
의미하는 것이죠. 즉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이란 이 밴드명은 이러한 억압체계에 맞서 분노하고,
음악을 통해 싸워나가겠다는 밴드의 모토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음악과 정치의 연관성
이들의 가사를 주의깊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곡이 어떤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과
연관지어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1집에 실린 <Bombtrack>에선 레너드 펠티에르(미국 FBI 요원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복역중인 미국 인디언 운동가)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레이지의 곡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Killing in the Name>에선 미국의 KKK단(극우 백인우월주의단체>
힐난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2집 <Evil Empire>(이 앨범명은 '악의 제국'이란 뜻으로 레이건이
소련을 향해 썼던 표현으로, 여기에서 레이지는 이를 역으로 미국을 지칭을 지칭하는데 쓰고
있죠)의 <People of the Sun>이나 <Bulls on Parade>, 그리고 미발표곡인 <Zapata's Blood>에선
멕시코 정부의 제국주의적, 반민중적 경제정책에 맞서 치아파스주 일대를 점령,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는 사파티스타 농민해방군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레이지의 베이시스트 티미 씨는 트라이포트 공연 며칠 전에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정치는 곧 음악이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치와 음악은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해있는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공통분모로 묶어낼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모렐로의 견해를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 중재자 : 탐, 당신은 진심으로 음악과 정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냥 음악을
연주하고 즐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모렐로 : 문화와 정치가 두 개의 별도의 사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순진하고 철없는
생각입니다. 로마에서는 빵과 써커스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민중들로 하여금 가난과
불공평함을 받아들이도록 속일 수 있었죠. 현실도피적 음악과 현실도피적 문화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보다 중요한 문제들로부터 돌려버리는
것입니다. 모든 음악은 그러므로 정치적이죠. 여성혐오주의자나 현실도피주의자들이
속한 밴드들은 보다 급진적인 전망을 가진 이들을 따르게 되고, 이들은 문화적 체제를
이루어 그것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 (모렐로와
레이지 팬과의 채팅 기록에서 발췌)
저는 이 이야기를 보고 내심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주류 음악이 너무나
탈정치화되어있다는 생각만 했었거든요.(그래서 정치적 주장이 강한 레이지를 좋아하게 된건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기존의 음악을 무시하고, 좀 더 진보적인 성향의 음악을 찾으려고만
했었는데, 모렐로는 이와 반대로 주류 음악들이 '탈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너무나 정치적'인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 정수라의 '뻥이야 송' <아 대한민국>이
건전가요로 지정되어 엄청나게 전파를 타고 있었던 그 시절에, 정태춘씨의 또다른 <아 대한민국>은
공윤으로부터 금지곡으로 지정되어 앨범이 나오지도 못했던 역사적 사실을 돌이켜보면 이
러한 모렐로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기야 요즘 한국엔 웬만한 아이돌 댄스그룹까지도 가사속에 정치적,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는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에 생긴 하나의 대중지향적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서태지나 레이지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실제적인 정치적 투쟁에 임했다고
한다면(서태지는 공윤의 '검열'에 맞서 가사 삭제명령을 지키지 않은 채 앨범을 냈던 사실이
있습니다. 사실 공윤의 사전검열 철폐는 정태춘씨의 기나긴 고독한 투쟁의 결과물이긴 하지만,
서태지의 사건으로 인해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
댄스그룹들은 10대들이 교육적 억압체제로 받는 심리적 반항감에 자신들의 음악을
맞춰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그들의 소비계층은 절대다수가 이 중·고등학생들이니까요).
이 문제에 대해선 기회가 닿으면 다음번에 한번 다시 다루어 볼 것을 약속드립니다.
4. 정치적 투쟁의 방법
다시 레이지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죠. 레이지의 음악과 정치에 관한 입장을 들어보았으니 이들의
실제적인 투쟁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죠. 가장 기본적인 것은 역시 이들의 음악을 통한 투쟁입니다.
그 외에도 레이지는 다양한 방면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투쟁을 벌여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95년에
비스티보이스를 비롯한 몇몇 가까운 이들과 함께 앞에서 말했던 레너드 펠티에르 변호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공연을 연 바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무미아 아부 자말(미 법무부의 사형언도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미 흑인 기자) 석방을 위한 공연을 열었으며, 올해엔 매년 열리는 티벳의 자유를
위한 콘서트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잘 기억은 나질 않지만 몇 년전 한 콘서트에서는 당시 문제가
되었던 고어 부통령의 부인인 티퍼 고어가 조직했던 대중음악 검열장치에 맞서 밴드 전원이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입에 테이프만을 봉한 채로 10여분간을 아무 연주 없이 있다가 자리를 뜬
경우도 있었다고 하네요.(인터넷상엔 이당시 멤버들의 나체 사진이 비밀리(?)에 유통되고 있다고
합니다.)
음악 외적으로도 이들의 정치적 활동은 다각적입니다. 노조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한 게스(청바지 제조업체, 한국에서도 유명하죠.)에 맞서 이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수년간
벌여왔으며, 당시 모렐로는 이에 관련된 시위에 참석했다가 구속된 일까지 있었죠. 보컬을 맡고
있는 잭은 최근 엠네스티 인권위원회에 출석하여 무미아 아부 자말의 정당성을 직접 설파하기도
하였습니다.
5. 맺으며 -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레이지의 앨범은 지금까지 두 장이 나왔습니다. 최근 한국에 힙합과 하드코어의 열풍이 강하게
불면서 레이지의 주가 역시 오르는 것 같습니다.(참 황당한 것은, 레이지의 'Killing In The
Name'을 표절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받고 있는 에쵸티의 '열맞춰'가 인기를 끌면서 레이지가 한국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경우엔 표절했다고 욕해야 하나요, 아니면 잘했다고
박수쳐줘야 하나요?)
그러나 레이지 음악의 본질은 바로 그들의 정치성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사상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간에 그들이 내뱉는 정치적 메시지는 우리 모두가 귀를 기울여야 할 내용들입니다. 레이지가
분노하는 그 체제 자체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체제이며, 그들이 분노하는 것 모두, 우리가
분노해야 할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김기훈씨의 다음과 같은 평가를 끝으로 레이지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를 마치기로 하죠.
<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우리 사회에서 있어온 재벌의 횡포, 공권력에 의한
인권 탄압, 매카시즘 등 공안정국을 조성하여 국민을 우롱해 온 정부의 행태, 그리고 진실을
외면해 온 언론을 볼 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RATM의 외침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단지 사회에
안주하여 물질적 풍요에만 만족하려드는 이 사회의 풍조, 비판적 의식과 분노가 사라져 버린 이
사회에서 RATM의 목소리는 한 번 쯤 귀기울여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상과 표현의 자유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RATM의 음악이 들어온 것은 어찌보면 상식밖의(?)
일이면서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이글을 마친다. >
※ 레이지는 여기서 간단히 줄여서 부른 이름입니다. 실제 독일 헤비메탈 밴드중에 Rage라는
밴드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노래들은 Bram's Rage Site에 있는 곡을 그대로 링크한 것입니다. 원래는 제가 직접 리얼
오디오 파일을 만들려고 했었지만, 지극히 열악(?)한 컴퓨터 사양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암튼,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저 멀리 딴 세상 '브람'이란 사람한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Bram. Thank you.) 이 노래를 듣기 위해선 <리얼 플레이어>가 설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없으신
분들은 아래 버튼을 누르셔서 받으세요.
Rage Against The Machine |
Evil Empi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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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ombtra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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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Vietno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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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vol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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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nakecharm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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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ire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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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Wake Up |
7. Down Rodeo |
9. Township Rebellion(브람씨가 좀 기다리래요.) |
9. Wind Below |
10. Freedom |
10. Roll Right |
